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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. 12. 23 / 자세히 보면 / 김치헌 목사 / 기독공보 기고

관리자
2019-12-23
조회수 201

2019년 12월 23일(월)

김치헌 목사 기독공보 기고


윤OO씨가 처음 실로암교육문화센터에 입소할 때 마치 병 걸려 털 빠진 고양이처럼 앙상하기만 했다.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. '어디를 헤매면서 상할 대로 상한 모습으로 이렇게 찾아왔을까?' 마음이 아팠다.

그는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. 하지만 부모도 집도 없었고, 자신의 이름도 생년월일도 몰랐다. 이 집 저 집 일을 도와주고 얻어먹으며 자랐다. 그 과정에 동네 어른들에게 무던히도 학대를 받았다. 어렸을 적 기억은 두들겨 맞은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. 주먹질 발길질은 예사였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적도 무수했다. 도저히 살 수 없어 12살 무렵 무작정 상경했다. 수도권 일대를 전전하며 건설 일용직 등으로 근근이 먹고 살았다. 90년대 실명제가 시작되면서 신분이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. 으레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는데, 금융권이나 근로지에서 신분을 증명하지 않으면 경제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되면서,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되었다. 마침 지인이 신분을 만들어주겠다면서 접근해왔다. 그동안 모아두었던 1000만원을 내주었다. 하지만,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. '먹튀'였다. 절망한 그는 술로 세월을 보냈다. 고물상 일을 도와주고 막걸리 한 두병 얻어 마시며 하루 이틀 살아갔다. 신분을 만들 수 없게 된 그는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없었다.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손가락질했다. 나태하고 무능한 노숙인이라고. 어느새 그는 몹쓸 사람이 되어 있었다.

2016년 초 부천 관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실로암교육문화센터로 연계되었다. 실로암에서 생활하면서 천천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. 무엇보다도 복음을 접하면서 그의 영혼이 회복되었다. 2016년 10월 16일 부천동광교회(류재상 목사 시무) 창립 40주년 예배 때 4000명 성도가 보는 앞에서 세례를 받았다. 그가 세례 받던 날 모두가 울었다. 2017년 12월 7일 신분증이 나왔다. 태어나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. 남들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졌던 것이 그에게는 하나님의 은혜로 받은 것이 되었다.

2017년 실로암 송년회 때 그는 간증했다. "나의 부모는 나를 버렸지만,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. 내가 왜 그토록 아프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모르지만, 언젠가 내가 하나님 앞에 갔을 때 모두 설명해주실 것입니다. 그 날에는 아프게 살아왔던 나를 하나님께서 꼭 안아주실 것입니다." 실로암에서 퇴소하고 얼마 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. 그의 아내도 세례를 받았다. 지금은 두 사람이 나란히 예배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다시 기적을 본다.

흔히들 노숙인은 게으르고 술이나 먹고 뒹구는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. 하지만 노숙인은 몹쓸 존재가 아니다. 노숙인을 자세히 보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보이고, 더 자세히 보면 아픔이 보인다. 그 아픔을 만지노라면 어느새 하나님이 흘리시는 눈물에 손이 젖는 것을 느낀다.

김치헌 목사/부천 실로암문화센터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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